은행에 돈부치러 가기
나이 4, 50에 접어들면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은 아이 중심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 우리 나라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아이의 장래 진로 설정에 매달리게 되고, 경제적인 지출도 이 쪽으로 집중되게 된다.
아이가 집을 떠나 외지의 대학에라도 진학하게 되면 학비야 생활비야 해서 소위 '다름이 아니옵고...' 청을 받을 경우가 잦아지게 된다. 가끔씩 전화를 하는 아이는 그 목적이 대부분은 '다름이 아니옵고... 돈이 필요해서' 이다.
은행이 가까이 있는 경우야 뽀르르 창구에 가서 송금을 하면 되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50대 초반의 한 어머니는 사는 동네가 은행과는 제법 거리가 있는 외곽 지역이어서 송금이 예삿일이 아니다.
시내버스도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자니 택시 요금이 아깝기도 하고.
주변에서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을 이용해보라고 권장하지만, 그 어머니는 그런 것 몰라도 잘 살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내심 두려운 것이 있어 그 편리한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두려움이란 우선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수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 하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종 매스컴을 타고 나오는 인터넷 금융 사기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일 것이다.
이 두 가지 두려움은 일맥상통한다. 모르니 두렵고, 모르니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송금할 일이 있으면, 시내로 나갈 일들을 모아서 기회를 마련하고, 채비를 차려서 마치 과거 5일장에 가듯이 몸소 송금을 하러 간다.
하지만 몸소하는 일이란 것이 일사천리로 되는 일은 드물어서 자칫하면 송금하는 일이 한나절이 걸릴 수도 있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정보화시대에서 '정보'는 기밀이 아니다. '지식'에 가까운 의미이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지식에 대한 거부감이 증대된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 정보를 거부하는 자세는 곧 불편과 직결된다.
인터넷 뱅킹이나 폰뱅킹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터득만 되면 버스 시간을 챙기고, 채비를 하고 하는 일들이 모두 생략되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송금할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제도이다.
- 2005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