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생활

깜박이는 마음

리치리치샘 2010. 4. 22. 16:16

3월 말에 방송된 KBS다큐월드 프로그램 '디지털 국가' 1,2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방송의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시사점도 많았다.

나의 학생들은 나의 컴퓨터 활용 수업을 듣는데 새롭게 가르쳐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라는 책임감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다큐멘터리 내용 중에 '깜박이는 마음'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소개되는데, 난 아직 그 책을 보지는 못했다. 단지 이 분의 이야기 투로 봐서 '깜박이는 마음'의 의미는 디지털 매체를 접하는 인간의 사고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막연히 그럴 거라는 생각에서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시켜 몇 자 적어보겠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수많은 결정을 연속적으로 한다. 웹 서핑을 하다가 갑자기 이메일 확인을 생각한다든지, 그러다가 문득 블로그도 훓어봐야겠다, 아니면 찜해뒀던 물건 구입을 위해 쇼핑몰도 살펴봐야겠다 등등.

학교에서는 교재연구와 관련된 자료 검색 혹은 제작을 하다 전자 결재 시스템이나 NEIS를 전전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비연속적인 멀티태스킹에 휘둘리다보면 정작 해야할 일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분량이 꽤 되는 파일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지지부진하기 일쑤다.

 

아날로그는 선형이다. 그어진 선을 따라서 종착점까지 가야하는 것이 아날로그다. 그러나 디지털은 여러가지 종류의 과일이 담겨진 바구니에서 과일을 선택하는 것과 같아서 정해진 순서라는 것이 사실 없다. 테이프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 듣지만 CD음악은 건너뛰기도 하고 반복해서 들을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의 특성에 익숙해지다보면 사람의 사고방식도 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중요한 것을 먼저 챙겨 완성시켜놓고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 일 처리 방법의 기본일진대, 가끔 중요한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다가 스스로 화들짝 놀라 서두르는 경우를 겪으면서 디지털적인 환경이 최선인가라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