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로 바꾼 한 달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뿐만 아니라 집과 사람들이 있는 어느 곳에서든 흡연자는 이제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 버렸다.
예전 흡연이 만연했을 때, 모임에 가면 흡연자들 틈에 끼인 비흡연자들이 무던히도 자욱한 담배연기와 냄새를 잘 참아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전세가 역전되어 버렸다. 15세기말 아메리카 토착민들에게서 유럽으로 전파된 담배는 근 6세기 만에 뿌리를 거두어야할 판이 되었다.
나는 애연가이다. '애연'이라는 단어가 어폐가 있는 말이 된듯 하지만 어쨋든 담배는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문제는 나를 위한 '애연'이 '민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서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작년부터 하기 시작했다. 금연은 타의에 의한 금연이 불가능에 가깝고, 자신의 굳은 결심과 의지만이 금연을 가능케 하는다는 점을 익히 잘 알고 있던 차에 단호한 결심이 서질 않고 의지 또한 부족해서 차일피일하고 있다가 지난 달에 지인이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장점을 가만히 헤아려봤다.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전자담배도 자명한 것이고, 차안에 깔려있는 담배 냄새와 담배 재가 우선 사라질 것이고, 재털이 비우는 일, 담배 사러 가는 일, 라이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불 동냥하기 등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음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냄새가 없고 연기가 없으니 담배 피우는 일로 눈치볼 일도 적어진다는 장점도 있었고. 한 이틀 동료의 여분 전자담배를 시연해보고 끊을 결심이 단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자 담배의 장점이라도 누려볼 요량으로 17만원 넘게 주고 구입을 했다.
전자 담배는 메이커의 말에 의하면 니코틴만 들어 있다고 한다. 담배 중독은 니코틴 중독이니 니코틴만 주입시켜주면 금단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담배불을 붙여본 적이 없이 지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량이 담배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은데 전자담배 피우는 횟수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잦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다른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