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77번째 아버지 생신
리치리치샘
2010. 2. 10. 12:02
거의 30년간 이러저런 병고에 시달리시면서도 일흔일곱번째 생신을 맞으신 아버지.
늘 걱정은 언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실까 인데, 올해도 그 해를 채우셨다.
귀가 어두워서 그것도 노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인해 잘 듣지 못하신 지 벌써 몇 해가 되었다.
그래도 주변의 분위기를 보고 알 건 다 아시는 것 같다.
드려도 쓸 일이 있으실까 싶었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도 내시라고 용돈 봉투를 드렸더니 얼굴에 살짝 흡족해하시는 빛만 보이시고 이내 호주머니로 가져가신다.
나의 아버지는 말이 거의 없다. 꼭 해야할 말만 하신다. 예전부터 그랬다.
필수불가결한 상황 아니고는 나와의 대화도 거의 없이 지내왔다.
그런 아버지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해온다.
그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온갖 병환은 바로 우리 자식들 특히 나 때문이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케익에 불을 붙이고 끄시라고 했을 때 거의 1.5미터 이상 떨어진 위치에서 입김으로 불을 끄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형제들은 환호를 질렀다.
아직 내공은 식지 않으셨다는(?)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머니도 걱정이다.
혈압이 높고, 허리가 굽어서 거동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통증도 수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