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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생활

영상 편집 유감

리치리치샘 2011. 5. 27. 11:13

오늘도 아침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영상편집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제까지 편집하던 영상을 살펴본다.

프로젝트 파일들이 어지럽다. 몇 달 전에 촬영했던 것이에서부터 엊그제 촬영한 것까지 20개는 족히 넘는 프로젝트 파일들이 쌓여있다.

어느 것부터 먼저 끝내야할지 머뭇거려진다.


프로젝트 파일이 20개가 넘는다는 것은 내가 지금 20개가 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도 그랬듯이, 내일도 동시작업을 해야 하고, 그리고 내일이면 프로젝트가 더 늘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으로 본다. 영상 편집 작업 한 가지 말이다.

가위눌림과도 같은 업무의 가중. 이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영상 아직도 완성 못했어?' 라는 짜증섞인 소리를 누군가가 던질 때는 솔직히 영상편집실에서 영원히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영상 편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시간은 내가 능력을 키우고, 일을 재촉해서 빨리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학교의 영상편집실 기기는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존한다. 방송국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시설이다.

가령 1시간짜리 테이프에 녹화된 영상을 편집한다고 해보자.

그 영상을 컴퓨터로 옮기는데만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컴퓨터와 연결하고, 캡쳐 프로그램 띄우고, 캡쳐를 시작하면 1시간 이상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컴퓨터로 옮겨지면 편집 프로그램에서 불러와 배치하고, 자르고, 옮기는 작업과 자막과 영상 효과, 음향 효과 등등의 효과 편집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족히 몇 시간이 필요하다. 전혀 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보는 데만 1시간이 걸리지 않는가?

컴퓨터 성능이 시원찮으면 이것저것 손댈때마다 소위 버벅거림이 반복되고, 어떤 때는 컴퓨터가 제풀에 쓰러져버리기도 한다.

어쨋든 편집하는 동안에는 몰입을 해야 하고 그럴 때마다 나의 자연 시간은 늘 모자라고 한정된 시간에 쫓기게 된다.

마지막 과정인 렌더링을 할 때는 만족감 반, 포기 심정 반이다. 이쯤하면 되었다라는 심정일 때가 대체로 많다. 긴 영상일수록 길어지는 렌더링 과정을 지켜보면서 절대적인 만족을 느낀 적은 거의 없다.  


영상물은 시간을 압축해야 한다.

1시간 짜리 원본을 1시간 동안 보여주면 볼 사람이 별로 없다. 재미가 없어서이다. 압축미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

줄여야 한다. 줄이는 것은 늘리는 것보다 어렵다. 줄이려면 편집자의 생각이 담겨야 하기도 한다.


압축된 영상을 보는 사람의 관전평은 대체로 단순하다.

잘했다. 못했다 둘 중에 하나다. 어떤 이는 순간적인 일부에 시비를 걸기도 한다.


나는 이 일을 지금껏 4년째 하고 있다. 물론 이전의 다른 학교에 있을 때도 했다. 

이제는 이 일이 참으로 부질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외진 편집실 구석에 쳐박혀 지내면서 스트레스 외는 얻은 것이 별로 없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