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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이야기

골프가 재미있는 이유

리치리치샘 2010. 7. 30. 11:45

염라대왕이 집행관의 실수로 잘못 데려온 사자(死者) 한 명을 두고,

"내 알고본 즉 시스템에 오류가 있어 너는  데려올 사람이 아니었단다.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주면 뭘 하고 싶으냐? 한 가지만 말해라" 하자

이 양반 한다는 소리가

"지는유~ 골프장에서만 여생을 보냈으면 하는디유" 했다.

그러자 염라대왕 왈,

"그건 안된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골퍼들에겐 널리 알려진 야설이다.

어떤 이는 "천상의 스포츠"라고 하기도 한다.

골프로 인해 공직에서 쫓겨난 사람, 오죽 재미 있었으면 공사 혹은 앞뒤를 구분 못하고 골프장에서 놀다가 망신을 당했을까?

무엇이 골프를 이렇게 재미있게 하는가?

 

골프에 입문한 지 5년이 되어가는 본인은 골프의 재미를 아마추어적인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름대로 정리해본다.

 

첫째, 가장 넓은 운동장에서 가장 작은 홀을 목표로 나아가는 경기다.

아시다시피 골프장은 넓다. 18홀짜리 골프장의 면적은 축구장보다도 야구장 보다도 넓다. 그 어떤 운동장보다 넓은 운동장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골문은 지극히 말 그대로 조그만 구멍이다.

골퍼들은 가장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지만 반면에 가장 섬세한 동작을 해야 한다.

 

둘째, 숙련된 동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정신력이 경기력을 좌우한다.

골퍼의 스코어는 딱히 '몇 타다'라고 못박아 얘기할 수 없다. 몇 타 정도 치느냐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80타 후반, 90타 중반, 100돌이 등등으로 이야기하지 85타, 69타 이렇게 잘라 말하지 못한다. 어떤 날은 80타를 치던 사람이 또 어떤 날에서는 90타 혹은 100타를 칠 수도 있는 운동이다. 그 이유는 스윙 동작 등 신체적인 숙련도 못지 않게 정신력이 점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잘 친다는 칭찬을 받아도 못치고, 못친다는 핀잔을 받으면 더 못치는 것이 골프다. 샷을 하는 순간 약간의 이상한 소리만 들려도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가고, 욕심을 내면 공은 지 맘대로 움직인다. 내기라도 하게되면 노련한 아마추어는 이러한 골프의 특성을 아주 잘 이용해서 상대로 하여금 실수를 유발시킨다. 그것도 알고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셋째, 한 라운딩을 하면 동반자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18홀을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반 전후, 경기중 간간히 쉬면서 나누는 그늘집 담화, 사전에 만나고 경기 후 샤워와 식사를 함께하는 시간 등을 합치면 족히 하루를 동반자와 함께한다. 이 시간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도 금방 친해지게 된다. 사교적인 측면에서 가장 속전속결로 친숙해질 수 있는 운동이 골프다. 그래서 골프장에서 많은 사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넷째, 될듯될듯하면서 잘 안되는 운동이다.

골프를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연습장에서 매일 클럽을 휘두른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지만 마음 먹은대로 잘 안된다. 공이 좀 맞는다 싶어 의기양양해지면 어느 순간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가만히 서 있는 공을 맞혀 날려보내는 지극히 단순한 운동이므로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는 점이 골프를 재미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귀족 스포츠다, 환경 훼손이 심하다 는 둥 여러가지 골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긴 하지만 골프 클럽을 잡아본 사람들 80% 이상이 중도포기를 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이어간다는 점은 이상과 같은 재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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