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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버지 영면

리치리치샘 2011. 10. 18. 10:29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음력 1933년 12월 24일생, 양력으로는 1934년 1월생이셨습니다. 향년 우리 나이 79세, 만 77세를 채 못채우셨습니다.

10월 10일 오전 1시 31분 밀양의 병원에서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시고 영면하셨습니다.

 

형님 그러니까 저에게는 큰아버지가 계셨지만 6.25전쟁(한국전쟁) 때 징병되어 제주도에서 초단기 훈련을 받고, 설악산 전투에 참가하셨다가 전사하셨습니다. 

이후 실질적인 장남으로 억척스럽게 집안을 일구시며 우리 6형제를 별탈없이 성년으로 키우시고, 성가하게 하신 어찌보면 참 평범한 농민의 삶을 사셨습니다.

늘 말씀이 별로 없으셨고, 잔정도 없으셔서 아들 딸들은 아기자기한 정을 느끼지 못한 분이었지만,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정말로 억척스럽게 헌신하셨다는 점이 저로서는 무한한 자랑거리입니다.


넉넉치 못한 살림살이 때문에 자식 키우는데 필요한 제반 경비를 오로지 몸으로 마련하시다가 30여년 전에 허리를 다치셨습니다.

지독한 통증을 독성이 강한 진통제로 무마하시다가 위암에 걸려 위를 모두 절재해내는 대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위가 없는 상태로 20년 넘게 살으셨으니 그 얼마나 고통스런 세월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 전까지도 농기구를 손에서 놓지 않으신 분이었습니다.


아직은 아버지의 삶을 제대로 정리하여 글로 옮길 수가 없네요. 순간순간 목이 메이고 울대가 울컥거립니다.

다만 이제는 다시는 고통없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시길 간절히 기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