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입문하고 난 뒤 끊임없이 유혹 받았던 해외 골프 여행!
처음은 항상 그렇듯 준비 과정에서의 번잡함과 정보 해석의 혼란 등등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지인들이어서 준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약간은 소홀한 준비이었음이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태국 방콕 시내 근교에 있는 파인 허스트 골프&리조트.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럽 하우스 외에 한국식당이 두 개가 더 있었다.
물론 한국인을 관리하는 분이 따로 있었고.
다른 나라에 가서 한국 음식 먹고, 한국 사람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오면 그게 무슨 해외 여행이냐 싶을 정도였다.
첫날 마지막날 27홀, 나머지 이틀 36홀 라운딩.
그 과정을 세세하게 적어볼까 한다.
부산에서 방콕으로 가는 KE661편이 출발한 시간은 밤 9시 20분, 태국과 우리 나라는 시차가 2시간이다. 4시간 반 걸려 방콕에 도착한 시간이 1시, 그러니까 우리 시간 새벽 3시였다. 여기서부터 몸은 리듬을 잃기 시작했다. 리조트의 한국인 관리인 우 사장이란 분이 공항에서 미니 버스에 우리를 태워 50분 가량 대로를 달려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리조트 입구에서 쌀 국수 한 그릇씩 했는데, 베트남에서 몇 번 먹어봤던 것보다는 입맛에 맞았다. 약간 짠 맛이 더했고, 고춧가루도 따로 있어서 매운 맛을 첨가할 수 있었다.
이후의 일정은 자고 일어나 라운딩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었다. 출국할 때 그렇게 일정을 짰고 가서 확인해본 그곳 관리인의 일정도 골프 라운딩 외는 별 다른 것이 없는 듯 보였다. 준비 과정이 소홀했던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정을 추가하면 필연적으로 경비가 추가되는 그런 묻지마 일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방콕 시내라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고, 라운딩 조차 기본 18홀, 추가하면 경비도 추가되는 옵션 투성이의 일정이었다.
더군다나 출발 직전에 느닷없이 내게 총무 임부를 맡겨 당황스럽고 약간 짜증도 나는 그런 일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쩌라 타국에 가서 가장 꼴 사나운 행태가 일행이 티격태격하는 것 아니던가?
1월 10일 아침 9시 무렵, 시차로 인한 묘한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첫 라운딩을 시작했다.
골프 코스는 전반적으로 업다운이 거의 없는 평지 코스였다.
캐디는 1인 1캐디, 카트는 1인 혹은 2인 1카트(물론 사람당 이용 요금은 다르다. 카트 1대에 얼마, 캐디 1명에 얼마 하는 식이므로) 중 선택을 요구해와서 2인 1카트로 하기로 하고 남북서(각 9홀) 코스 중 서 코스로부터 출발했다. 이 코스 선택도 현장에서 보고 사람이 없는 코스로 들어가면 되고, 정해진 시간도 없었다.
잔디는 모두 양잔디로 되어 있었고, 상태는 양호했다.
10시가 넘으니 기온이 상승하면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드라이브 샷은 OB가 없다는 점이 위안이 되어 별 문제없이 잘 나갔다. 평균 230미터 정도의 비거리가 나왔다. 문제는 어프로치와 퍼팅이었다. 이튿날까지는 60도 웨지를 주로 사용했는데, 굴러가는 정도를 감지하지 못해 번번이 짧거나 길거나를 반복했다.
그린은 아주 빠른 편이었다. 굴리지 못하고 때리는 습성으로 인해 투펏 이상을 해댔다.
내 캐디로 배정된 Joy와 태 룸메이트 이 선생의 캐디 Oh는 우리 일행 8명의 캐디 중 출중해보였다. Joy는 영어를 제법 알아들었다, 말하기는 좀 서툴렀지만...
그린피를 비롯해서 각종 경비들이 걱정스러웠다.
일행 중에는 어차피 돈 쓰러 나온 상황에서 어쩌랴 하는 식으로 덜 신경을 쓰고 싶다는 분도 있었지만, 첫 날부터 윤곽을 알 수 없는 지출 항목에 대해서 염려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날 우 사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내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한화 기준)
그린피 : 주말 14만원, 주중 11만원(숙박비, 캐디피 포함)
카트비 : 2만 9천원(1대)
여기에 캐디팁은 별도, 팁은 18홀 기준 스탠다드 300바트였다.
항공료를 포함시키면 국내의 이벤트성 라운딩에 비하면 결코 싸지 않은 셈이다.
체재 일수를 늘린다면 항공료 부담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토탈 금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여느 국내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이 더 비싸다는 포스터가 실제임이 드러났다.
아침을 여는 소리는 아주 우렁차면서 단조로운 멜로디의 새 소리였다. 무슨 새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새 소리에 잠을 깬다는 사실은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하루 해가 길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침 7시가 다되어서야 해가 떴고, 오후 5시 좀 넘기면 해는 자취를 감추었다. 해 있을 때 36홀 라운딩을 하기에는 빠듯했다. 물론 나이트 경기도 있긴 했지만 현지 사정에 어둡고, 일정을 미리 짜지 못한 관계로 비교적 더위가 덜한 밤 경기를 하루 밖에 하지 못했다.
36홀은 더위로 인해 무리이고, 27홀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짬을 내어 휴식과 관광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필드만 헤매고 다닌 점이 많이 아쉽다.
골프 스코어는 그렇게 열심히 클럽을 휘둘렀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향상되지 않았다. 마지막날 9홀 라운딩에서 41타를 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나머지는 보기 플레이를 상회하는 스코어였다.
1인 1캐디라 스코어는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기록이다.
오비 지역이 아예 없고, 업다운이 없는 거의 평지 코스, 난점이라면 해저드가 많고, 홀 경계의 야자수 나무 숲으로 볼이 날아가면 레이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린이 국내보다는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넓은 페어웨이, 잘 정돈된 코스였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이건 거의 바디 랭귀지로 해결됨), 약간의 불친절한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캐디를 중간 교체한 분도 있었다. 대부분은 나흘 내내 처음 캐디 그대로 갔다. 나의 캐디는 센스도 약간 있었고, 영어도 좋은 발음은 아니었지만 제법 의사 표현을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8명의 캐디 중 팀장이었다.
단 하루 저녁 식사를 태국식으로 했을 뿐, 한국 음식, 한국 사람들과 나머지 일정을 함께 했다.
이건 따지고 보면 해외 여행이 아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거의 느껴보지 못하는 해외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흘 내내 줄기차게 필드만 헤매고 다닌 데에 의미를 둔다면 둘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는 이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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