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지역구인 밀양의 밀성제일고 여학생들을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이제 막 2학년, 3학년 올라가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인솔자이신 김상호 교장선생님은 저의 초등학교, 중학교 13년 선배님이십니다. 학생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맑더군요. 하지만 그 아이들도 제가 그 나이 때 경험했던 열악한 지방의 환경적 불리함과 어려움을 겪고 있겠죠? 저는 대학 들어왔을 때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도회지에서 올라온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주눅 들었는지 모릅니다. 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볼폼없고 촌스러워 보였던지! 친구들은 똑똑하고, 세련되고, 여유있고, 활달했습니다.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생기기도 또 얼마나 잘 생겼는지...원희룡, 나경원, 조국, 김난도 등이 제 친구라면 제 말이 이해가 되시죠? 저는 그 친구들을 그저 멀리서 선망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밀양이라는 시골, 그 중에서도 구석으로 더 들어간 궁벽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습니다. 푸른 산, 맑은 물, 신선한 공기, 따뜻한 이웃, 졍겨운 친구들과 함께 보낸 어릴 적 시간들이 내 영혼에, 내 삶에 얼마나 큰 자양분인지, 얼마나 강력한 잠재력인지 느끼게 됐습니다. 가난과 궁핍을 껴안고, 열등감과 패배감에 뒹굴며 자란 그 시절의 인내와 끈기, 꿈과 열정이 제 인생의 중반에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밀양제일고 학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환경은 일견 불리하고 열악하지만, 단정코 이야기하건대, 밀양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 사실 자체만으로, 여러분은 인생에서 성공의 조건을 이미 갖추었다고. 그러니까 어려워도 절대 꿈을 잃지 말고,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꿋꿋이 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은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꼭 행복하라고, 어떤 경우에도 행복은 절대 양보하지 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에 담긴 꿈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비록 인생의 성과와 성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때가 있을지언정, 그들의 하루 하루 일상이 다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