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컴퓨터 관련 교과서에는 이런 만화가 나옵니다.
아들 : 엄마 뭐하세요?
엄마 : 응, 시골 계시는 할아버지께 편지 쓰고 있단다.
아들 : 그럼 캠코더로 촬영해서 컴퓨터로 편집한 후 할아버지 휴대폰으로 보내면 되잖아요?
엄마 : ???
아들 : 동생 옹아리하는 걸 이렇게 찍어서 엄마 한 말씀 하신 다음...(컴퓨터로 편집 후 할아버지께 전송)
할아버지 : 허허, 고놈 참 귀엽구먼.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만화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든 디지털망을 벗어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디지털의 편리성을 모르는 엄마와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종종 삶이 황당하기도 합니다. 안될 것 같은 일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많고, 무엇이 안 되고 무엇이 되는 지도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요. 한편으로는 손으로 쓴 편지가 더 편지답다 즉 인간답다고 강변하기도 하십니다. 디지털 관련 새 기술 이야기를 하면 그런 것 몰라도 잘 살아왔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는 가운데 우체통 수거하는 집배원은 점검 기간을 매일에서 주1회 정도로 바꿨고 그나마 열어보면 텅빈 우체통이 많아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편지를 써서 집 근처의 우체통에 넣어보면 그 편지가 예전처럼 빨리 가지 않음을 알 것입니다.
케이블TV방송자는 조만간 사업을 접어야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구글TV니, 애플TV라는 인터넷 기반의 TV가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리스’는 드라마 제목이 아닌 ‘아이폰이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 답니다.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가입자가 4억명이고, 트위터란 곳에는 2억 가까운 사람들이 북적댄답니다. 이 모두가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경향들입니다.
저의 초등학교 동기회는 다음(Daum)에 카페를 가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로부터 헤아려보면 디지털 문화에 동참한 지 벌써 4,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전체 100명 가량의 동기들 중에 카페에 가입한 친구는 20명이 안됩니다. 나머지는 여전히 아날로그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 친구들과 연락하고 근황을 알고 싶다면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은 말할 것 없이 카페를 통하는 것입니다. 편지를 써도 되겠고 전화를 해도 되겠지만 그럴 마음이 약간은 멋쩍거나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버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신 분들, 손자에게서 영상편지를 휴대폰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디지털 세상 한 복판에 서 계시는 것이고, 그런 적이 없다면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하나는 받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자가 지레 할아버지는 그런 것 받을 줄 모른다하고 보내지 않은 것일 것입니다.
받아본 적이 없다고 낙담하지 마십시오. 우리 손자들은 할아버지의 준엄한 가르침 영역에서 이미 벗어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디지털 세상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만진다고 디지털 세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 디지털적입니다. 그들의 행동 양식은 대체로 단절입니다. 인정도 말라 있습니다. 인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모릅니다.
다음 주말에 고향에 한 번 가시죠. 가시면서 아이들 손에는 게임기랑 뭐 그런 전자 제품 일절 손에 쥐지 않도록 하고, 하룻밤 묵어 오십시오. 아이들 짜증 엄청 낼 것입니다. 심심하다고. 고향집에서는 TV도 켜지 말도록 하십시오. 집밖으로, 들판으로, 개울로, 산으로 내쫓으십시오. 아들 손자가 함께 하면 더 좋겠지요.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한번으로 안되면 두 번 세 번 시도해보십시오. 디지털 아이들을 아날로그적인 깊고 은근한 맛을 느끼게 말입니다.
지금 디지로그 혹은 아나털이 필요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롭게 결합된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 초등학교 동창회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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