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을 몰랐다. 운동하고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고 지인들은 여기고 있는데 오늘 시합에 나가서 두 가지 상을 탔다. 김해시 골프협회 주최 친선골프대회에서 준우승과 롱게스트상을 거머진 것이다.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고 내가 속한 그룹에는 경쟁자가 50명 쯤 되었다. 그 50명은 한 지역 사람들이 아니라 명색이 경상남도라는 도단위의 출전자들이었다.
타수는 이 골프장(골드그린 http://www.goldgreen.co.kr )에서 이전에 한번 우연히 친 스코어인 74타. 전반 9홀에서 2오버, 후반 9홀 역시 2오버였다. 전체적으로는 더블보기 2, 보기 1, 버디 1 나머지 12홀은 모두 파. 우승자에게는 1타 뒤진 성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더블보기 2개를 같은 홀에서 범했다는 점(골드그린은 9홀을 2바퀴를 돈다). 한번은 티샷이 잘못되어 또 한 번은 짧은 어프로치를 실수해서... 커시드가 없고, 캐디에게서 거리 정보 외 다른 정보를 일절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도 대견스런 성적을 거두었다는 생각이다. 다시 이 스코어를 낼 수 있을까는 나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게다가 롱게스트상까지 땄으니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비거리는 주최측에서 273미터라고 공식 발표하였는데, 이는 상위 그룹의 롱게스트보다 10여 미터 더 날린 거리였다.
골프는 욕심이 스코어를 까먹고 힘이 재앙이 된다고 한다. 평정심을 넘어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한 타 한 타에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 골프다. 주위의 유혹이나 현혹에도 넘어가는 안되며, 잘쳤다고 기뻐해서도 안되고 못쳤다고 주눅이 들어서도 안된다고 한다.
사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의 기량이라고 하는 것은 백지 한장 차이지만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특출한 몇 사람이 나눠먹는 것도 아니다.
이번 PGA 챔피언십 중계를 본 분이라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양용운 선수가 우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예견되었지만 양용운 선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를 보기 좋게 제쳤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것은 14홀이었던 것 같다. 양 선수는 칩인 이글을 낚았고 이글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버디를 챙기는 우즈가 섬뜩할 정도도 냉혈한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우즈 역시 인간이었다. 이후의 홀에서 그 심적인 압박감이 슬슬 그의 스코어를 까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 몇 개 홀은 사실 한번도 동반해보지 않은 동반 경쟁자들의 실력을 탐지하는데 신경을 썼다. 2-3홀이 지나면서 연습 부족, 경험 부족 측면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그들을 위로해야 하는 판이 되면서 내 플레이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첫 출발홀(3번째 홀)에서 230m 거리에 해저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드를 들이댄 것이 소위 똥꼬샷이 되어 3온을 했는데 버팅 조차 따라 주지 않아 더블보기를 안고 출발했었다. 그 와중에 상대방의 실력을 염탐이나 할 여유란 당연 없었다.
이후 평정심을 찾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고, 특히 퍼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결과적으로 팔자에 없어보이던 '운동'으로 상을 타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으니 이 감격은 이루 형용할 수가 없다.
[참고] 대회 카페 : 다음 > 비바골프 http://cafe.daum.net/vivag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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