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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이야기

라이벌 의식과 타수

리치리치샘 2009. 8. 12. 10:17

같은 골프장 같은 코스를 매일 라운딩하면 타수가 줄 수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라운딩만 거듭한다고 타수가 확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스윙 루틴에서부터 컨디션까지 여러 가지의 요인들이 타수와 결부되어 있으므로 같은 스윙 패턴으로 매일 같은 라운딩을 한다해서 90돌이가 싱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6월 28일 청도 그레이스 라운딩 이후 방학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7월 중순 방학 이후부터 1주일에 한번꼴로 필드에 나갈 계획을 세웠다. 주말에만 라운딩할 수 있는 시간적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간, 평일 그것도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 비용의 절반이니 주말 1번 비용으로 월요일 2번은 족히 라운딩이 가능해서 이래저래 방학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7월 세째주 월요일 주말골프클럽 회원들과 한팀을 꾸려 청도 그레이스에 갔다. 동반자 중 한 분은 나와 같은 날 골프에 입문을 하여 최근에 성적이 급성장하고 있어 심적인 라이벌인 사람이다.

 

'그냥은 재미없다.'

내기를 해야 재미있다는 말이다. 재미는 경쟁심에서 비롯된다. 경쟁심이 없으면 지가 지맘대로 놀면 되는 운동이 골프이지 않은가?

해서 내기 룰을 라스베가스로 하기로 하고 이긴 조에게 1만원씩을 출자금에서 빼주는 방식을 택했다. 5천원으로 하자는 라이벌의 최초 제안을 잔돈 처리가 어려우니 1만원으로 하자고 내가 우겼다.

 

나의 라이벌은 첫홀에서 파를, 나는 보기를 했다. 사실 주말골퍼에게 보기가 어딘가? 더블보기 이상이 예사인데도 불구하고 라이벌 의식 때문인지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동반자들은 평균타수에서 10타 정도 차이가 있으니 상관지을 필요가 없었고.

그런데 파에 흥분을 했던지 아니면 자신감에 넘쳐서 그랬던지 라이벌은 나의 스코어를 얼렁뚱땅 더블로 계산해서 출자금을 자기 조가 이긴 걸로 처리해 가져가 버렸다.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심리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 많은 것이 골프다. 상대방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것이 게임의 법칙이지 않은가? 문제는 상대방이 불행을 얼마만큼 심각한 불행으로 받아들이냐는 것인데 그것은 나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

캐디에게는 올 파로 기록을 하라고 해놓았다. 물론 캐디는 정확한 스코어를 알고 있을 터.

 

1,4위와 2,3위가 한조가 되는 라스베가스는 홀 아웃 후 조원이 갈려지는 예가 많아서 재미있다. 실력차가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는 게임 룰이다.

마침내 첫홀의 조원이 같은 조가 되는 홀이 왔고, 이 홀에서 나의 조는 졌다.

첫홀에서의 스코어를 상기시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줘야할 상금을 주지 않았다.

왜 확인도 해보지 않고 함부로 다른 사람의 스코어를 단정지어버리느냐는 핀잔을 주면서 말이다.

이 대목에서 라이벌은 맥이 풀려버린 모양이었다.

 

이후 라이벌은 그래도 매 홀에 집중하면서 잘쳤다. 스코어도 내가 들은 정보보다는 좀 나은 점수를 냈다.

 

나는 이 라운딩에서 82타를 쳤다. 정규홀 스코어로서는 개인 최저 스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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