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대표적인 인사말은 '밍글라바'. 가기 전에 몇 마디 말을 외우기 했지만 문법과 어법을 알고 간 것은 아니고 그저 인사말 정도만 외우고 갔었다.
미얀마에서 조심할 일들 몇 가지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입수했더랬는데,
첫째 불교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 특히 사원에 들어갈 때는 양말까지 벗은 맨발로 들어가라.
둘째 정치 이야기 특히 아웅산 수치 여사와 관련해서 군부 이야기를 하지 말라.
셋째 우리 말을 함부로 하지말라. 알아듣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등이었다.
이 중에서 우리 말을 알아듣는다에 대해서 의아심을 가졌었는데 현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대다수의 미얀마인들이 한국어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인사를 먼저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미얀마 사람들. 그래서 내가 먼저 '밍글라바'라고 인사를 건네면 그제서야 배시시 웃으면서 눈인사를 해준다. 배시시 웃는 웃음이 참 예쁘다. 남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 그렇다. 밍글라바보다 더 반가운 맞인사를 해주는 말은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면 밍글라바보다 얼굴이 두 배는 더 환한 미소로 맞인사를 해준다. 상당수는 '안녕하세요?'라고 아주 능숙한 억양으로 대구도 해준다.
동남아시아의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마찬가지로 이곳 미얀마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년 전부터 저녁 황금시간대에 TV에서는 우리의 드라마를 자막만 입혀 방송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국내에서 보지 못한 '대조영'을 한 편 봤다.
TV보급도 낙후되어 있는 상태라 동네 상점이나 찻집에는 잘 보이는 벽에 덩그라니 TV가 걸려있었고, 우리나라의 60-70년대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여 '공동시청'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개개인이 한 대씩의 TV을 보면 말이라는 것이 그렇게 빨리 익숙해지지 않을 터, 공동시청에 한국어의 익숙함에 대한 비밀이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말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덧붙여보자면,
풍부한 천연자원에 비해 국가 경제가 낙후되어 있는 이유는 분명 50여년에 걸친 군부 독재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논리적이지 못한 이중 환율제도, 갑작스런 수도 이전, 8888 소요(1988년 8월 8일 시민 소요. 기름값을 60% 넘게 인상하자 일어남)를 촉발시킨 이해 안되는 경제정책,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공무원을 무마하기 위한 봉무원 봉급 인상,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자동차 수입금지(미얀마는 자체적인 자동차 생산 능력이 없음), 양곤의 오토바이 통행금지 등 독재자들만이 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고 무엇이랴?
8888소요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스님들까지 나섰다고 하지만 며칠만에 진압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는데, 군부독재를 묵인하고 항거하지 않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말에서 찾아보았다(억지일 수도 있다. 단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때 '죽는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힘들어죽겠다에서 좋아죽겠다까지 모든 일이 죽는다는 소리를 꼬리에 달았다. 지금 미얀마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뭘까? 친구의 말에 의하면 미얀마 사람들 입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많이 나오는 말이 '므씨부'란다. '므씨부'는 '모른다'는 뜻이란다.
친구는 미얀마 사람들의 '므씨부'란 말이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란다.
아침이면 남녀할 것 없이 통치마 '롱지'를 입고 도시락을 들고, 얼굴에는 '따나까'를 잔뜩 폼나게 바르게 삼삼오오 무리지어 학교 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반면에 아침 일찍부터 교복을 입지 않은 학교 가야할 나이의 아이들이 바쁜 걸음으로 학교가 아닌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도 목격된다. 학교를 안가는 것이 아니라 못가는 아이들로 여겨지는데 어쨋든 미얀마는 자기 고유의 말과 문자 뿐만 아니라 숫자도 가지고 있고, 글 해독률이 2/3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고 한다.
문화적 전통은 굳건하고 깊은 것으로 헤아려지며, 이러한 결과는 절의 영향이 절대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절에서 글을 배우고 가르침을 얻으며, 예의바르며, 순박하고, 남을 해할 줄 모르는 심성이 키워진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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