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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

리치리치샘 2009. 9. 5. 10:28

최근 들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가슴이 뛰고 심장이 마비될 듯한 충격을 받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때문이다. 적어도 선생님 아니 자기 아버지보다 나이를 더 먹은 어른에게는 취할 수 없는 태도를 표현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 수업 시간 직전에 있었던 일도 그 중 일례이다.

수업 시작 전에 교실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듯한 괴성 들렸다. 가본 즉, 다리 없는 의자을 타고 미끄럼을 타고 있고 있는 것이다. 세 명이 그러고 있었다. 고등학생 그것도 여학생이 그러고 있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긴 어제 실습실을 같이 사용하는 어느 선생님이 넌짓이 한 가지를 일러주었던 일에 대한 충격도 오늘 이상이었다. 일러준 내용은 인터넷 차단 장치를 떼어서 따로 놔두었으니 필요하면 다시 끼워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그 선생님 수업할 때 뒷편에서 가서 수업을 하고 있으면 차단을 해제하여 인터넷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다 싶어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온몸의 기력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동료 교사로서의 열패감!!

 

미끄럼을 타고 있는 3명을 교실 뒷편에 어지럽게 널린 쓰레기를 치우게 한 후 꿇어 앉혀놓았다. 내 딴에는 벌을 세운 셈인데 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할 말을 다하고 있었다. 피죽피죽 웃어가면서. 이런 상황을 만나면 나도 인간이기에 피가 머리 끝으로 쏟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고 몇 마디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고 수업에 동참하도록 했다. 그런데 한 아이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니? 

- 아무 것도 없는데요.(지난 시간의 파일을 열어서 계속 편집 중이었다)

= 그게 말이나 되냐?

- 그럼 어떻해요?

= 처음부터 타이핑을 해서라도 따라와야 할 것 아냐?

- 그 많을 걸 어떻게 타이핑해요?(약 20줄 넘는 시를 타이핑하는 거였다)

= 그럼 나머지 시간은 뭘할래?

- 몰라요.

 

글로만 표현해서 그 정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겠지만 얼굴 표정과 말투는 거의 뒷골목 깡패 수준이다. 몸짓도 거의 같다.

다시 이 아이들 불러냈다.

약간의 벌을 주었다. 벌을 받는 도중에도 말끝마다 대구를 한다. '못하겠는데요, 아닌데요, 왜 그래야 되는데요?' 이런 류의 대구를 하면서 경멸의 눈초리로 빤히 쳐다본다. 아무리 감정을 억누르려고 해도 통제가 안되는 그런 지경에 이른다. 머리가 어지럽고 피가 끓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쩌나, 한두 번 당하는 일도 아니고 한 대라도 쥐어박으면 폭력이 어쩌구저쩌구로 비화될 수도 있고.

손을 대지 않고 극단의 인내심을 가지고 몇 마디 말을 더 던진 후에 아주 엄한 경고를 하고 만다. 하지만 그 경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그 아이의 태도로 봐선 기대할 것이 없다.

 

상담을 해서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학교 규정에 있는 벌점을 주는 것으로 수정할 것도 아니고... 정신과 치료라도 받게 하고 싶을 지경인데 이마져 마땅하고 경우에 맞는 방법이 없고...

사법기관에 기댈 근거도 없고.

 

문제는 전교생 중 한 두명이던 이런 아이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는데 있고, 이런 아이들을 3년 동안 줄기차게 매달려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해서 교육을 해도 현 상황과 체제에서는 확실한 효과를 가져온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날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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