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라는 미지의 나라에 선뜻 여행 일정을 잡은 이유는 그곳에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휴가를 얻어 귀국해서 밀양에 온 친구는 당시 막 골프에 심취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골프연습장에 새까만 얼굴로 나타나 도끼자루 휘두르듯 스윙을 하고 있었다. 테니스 치더니 여기는 왠일? 어디있다 나타났나? 이런 류의 이야기 중에 미얀마에 파견 나가 있다, 골프 막 시작했다, 미얀마 골프장 값이 싸다 등등의 정보를 얻고 대뜸 이번 여름에 가겠다고 약속을 했더랬다.
라운딩비가 특소세 감면 기간 종료 후 폭등해서 특히 주말 라운딩은 감히 엄두를 못내고 있던 차에 라운딩 비용이 기 천원 정도라는 말에 현혹되어 이번에는 정말로 비행기값 포함해서 본전을 뽑을 요량을 하고 미얀마행을 감행한 것이다.
문제는 미얀마 가는 비행기 편이 원활하지 못한 점, 미얀마 국내에서의 이동 수단 및 숙소, 음식 등 기본적인 요건들이 의지할 곳 없고, 뚜렷한 해결책도 없었다는 점이다. 몇 번의 원활치 못한 이메일 주고받기를 통해 친구는 무조건 양곤까지만 와라는 최후통첩을 해왔다. 왕복비행기표만 달랑 끊어 장도에 올랐다. 심지어는 골프백도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이메일 교신은 한국인끼리 한글이 아닌 영어로 했다.
가서야 그런저런 사정들을 직접 보면서 친구의 거두절미 양곤까지만 와라는 말의 뜻을 알게되긴 했지만 말이다.
숙소는 친구 집, 교통편은 친구 차, 통신은 완전 두절(미얀마는 로밍이 안되는 나라임), 음식은 시장 봐와서 직접 조리, 골프백은 친구차에 여행 짐과 함께 다 실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골프백을 들고 갔고 두 사람은 클럽없이 갔는데 짝퉁 2세트와 수십년은 되어보이는 클럽 두 세트가 있어서 그것들을 조합해서 두 세트를 만들어 사용해 라운딩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나는 드라이버, 유틸리티, 퍼터 각 한 자루씩을 가져갔는데 이마저 갖고가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볼 뻔 했다. 특히 드라이버와 퍼터는 민감한 클럽인데 친구가 갖고 있는 것은 300cc 남짓되는 짝퉁 드라이버, 쇠뭉치 같은 퍼터여서 이것을 썼더라면 라운딩 내내 스트레스 받다 끝날 뻔 했다.
네피도를 중심으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모두 7개의 골프장이 있었다. 그 중 한 곳은 군장성 전용이라 외국인인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도 출입금지라고 했다. 6군데의 골프장 중 4군데에서 라운딩을 했다. 우리나라와 다름없이 그린피가 비싼 곳은 라운딩 환경이 좋고 싼 곳은 싼값을 했다.
앞서 언급했던 예진골프장은 골프장이라기 보다는 언덕배기에 풀을 대강 베어내고 떡잔디를 드문드문 심어놓은 그런 상태 즉 좀 다듬어놓은 풀밭이라고 해야겠다. 그린피는 입장료 형식으로 2천 짯, 캐디피는 9홀당 3천 짯을 줬다.(미얀마 돈 짯은 얼마전까지 우리 돈과 1대1이었다는데 지금은 1000원=750짯 정도로 교환되고 있음)
사원 인근의 앱야골프클럽(일명 Blue Water Golf Club)은 제법 규모를 갖추긴 했으되 페어웨어는 떡잔디이고 비 온 후에는 질퍽한 그 진흙 떡잔디에 공이 박혀버려 캐디가 알아서 꺼내놓아주곤 했다. 그린피는 입장료 형식으로 내국인 3천짯, 외국인 7천짯, 캐디팁은 18홀 기준 1만짯. 첫날은 미얀마인 2명이 동반하면서 그중 한명이 돈을 모아 계산하면서 3천 짯에 라운딩을 했는데 이튿날부터는 갑자기 외국인이라면서 우리에게는 7천 짯을 요구했다.
가본 곳 중에서 그린피가 가장 비싼 시티골프클럽은 500명 국회의원을 위해 5만 명도 더 수용할 수 있을만큼 엄청나게 큰 건물을 지어놓은 국회의사당(사흘 지나치면서 봐도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내부는 사람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양곤에도 골프장을 갖고 있는 골프 전문회사에서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페어웨이는 국내 골프장의 두 배 정도는 되고, 길이는 파4홀이 대부분 400미터를 넘는 그야말로 광활하고 체력을 시험하는 18홀짜리 코스였다. 여기의 입장료는 9홀당 1만5천짯이었다. 캐디 팁은 1인당 18홀 기준 8천짯.
이곳은 육참본부 인근에 위치한 팡렁GC. 9홀짜리로 길지않은 홀 길이지만 아기자기한 설계에 관리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입장할 때 1인당 5천짯 내고 라운딩을 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끝내고 나오니 1만짯을 더 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횡포를 부려 내일부터는 1만 5천 짯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9홀 라운딩으로 마감했다. 물론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외 로얄미얀마 골프클럽과 시범 라운딩 중인 고속도로 입구의 골프장 등이 있었는데 이 두 군데는 나무가 없는 허허벌판이라고 해서 땡볕이 겁이나 포기했다. 로얄미얀마는 외국인 그린피가 7만짯이라고 했다. 바가지도 그런 바가지가 없다. 고속도로 입구 골프장은 그린피가 1천짯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나치면서 본 페이어웨이는 싼값을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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