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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이야기

놀이터 같은 예진골프장

리치리치샘 2011. 8. 19. 14:20

미얀마 네피도 인근에 위치하고 예진(Yezin)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3개의 대학(예진 농업대, 예진 임업대, 예진 수의대)과 육군총참모부가 있는 교육과 군사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수풀이 우거져 있어 집이나 건물들은 이정표를 보고 숲을 통과해서 얼마간 들어가야 보일 정도여서 위치나 규모를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에는 미얀마 농촌진흥청도 함께 있다. 그러니까 농업에 관한 연구와 개발 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미얀마는 풍부한 자연 자원 특히 넓은 들과 티크를 비롯한 다양한 수목, 금, 수정 등과 같은 보석류가 풍부해서 열강들이 자원에 대하여 탐을 내는 국가다. 농업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일본이 진출하여 종자은행(Seed Bank) 건물과 시설을 지어주고, 미얀마의 농임업 자원에 대한 정보를 죄다 수집해간 상태. 건물은 남아 있는데 일본인들은 철수하고 없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진출하여 유사한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중이라고 한다. 우리의 앞선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품종 개량을 함께 연구하는 그런 프로젝트다.

 

이 진흥청 직원의 체력증진과 여가 선용을 위해 만들어진 골프장이 예진골프장이다.

그러나 말이 골프장이지 언덕에 나 있는 잡초를 베어내고 대신 야생 잔디를 군데군데 심어놓은 정도. 페어웨이는 배수 시설이 전혀되어 있지 않아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버리고, 벙커는 모래가 물과 짓이겨져 모래도 아닌 진흙도 아닌 상태였으며, 개미집이 페어웨이, 그린 할 것없이 집들을 지어대어 스탠스를 취할 자리가 마땅히 없을 정도였다. 9홀 한바퀴만 돌면 바지와 신발이 흙 범벅이 되었다. 네피도의 다른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전동 카트는 없다.

그림에 현혹되지 마시라. 자세히 보시면 보이겠지만 페어웨이는 페어웨이가 아니라 풀밭이다. 그린은 너무 작아 제일 큰 그린 하나를 그려서 복사해 붙여넣은 것이다.

홀의 길이는 평균 이하로 짧다. 1번 홀의 경우 드라이버로 힘들이지 않고 툭 쳐도 그린 앞 워터 헤저드(작은 웅덩이)에 빠진다.
불루티와 화이트티 등 두 개의 티박스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사이 거리는 10미터 이내라 별 의미가 없다. 직경 10미터 내외의 그린은 절반 이상 맨땅이 드러나 있다. 4,5번 롱홀은 업다운, 헤저드가 있어 투온은 쉽지 않다. 5번홀의 그린은 전체가 10도 정도 페어웨이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온그린을 하더라도 공이 흘러내리 일쑤다.  8번 홀의 그린과 9번 홀은 티박스는 겹쳐져 있어 앞뒤 팀이 연이어 가면 잘 보고 조심해서 경기를 해야 한다.

페어웨이는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풀 속에 돌맹이가 들어앉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샷을 할 때 잘 살펴보고 해야 한다. 나는 친구의 피칭웨지로 내리치다가 맞으라는 공은 안맞고 돌맹이를 때려 솔이 움푹 들어가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린은 잔디가 길어 보통 그린의 2배 정도로 보고 퍼팅을 해야 홀에 닿을 수 있을 정도.

길이가 짧지만 그린이 작고,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 타수는 정규홀 못지 않게 많이 나온다.

캐디는 1인 캐디 + 1명의 볼 캐디(다른 골프장도 마찬가지). 사무실 앞에 집 마당 같은 좁은 터에 서너 대 댈 만한 주차장에 차를 대면 아가씨, 아저씨, 아줌마, 총각, 남여 아이 등 다양한 캐디들이 앞다투어 캐디백을 차지하려고 몰려든다. 시키지 않아도 흙묻은 걸레로 차를 닦아주는 친구도 있다. 물론 이 아이에게는 약간의 수고비를 줘야하겠지만 안줘도 서운해하지는 않는다.

 

심심하면 한 라운딩할 수 있는 곳, 예약은 물론 필요없다. 샤워장, 락커 등은 있어도 쓰는 사람이 없다.

대여섯 번의 라운딩 중 우리 팀 말고 다른 팀은 2팀 쯤 봤다.

 

 

 

 

 

 

 

 

 

 

 

 

 

 

한마디로 말해 이 골프장은 골프 놀이터라고 하면 되겠다.

이 골프장에서 내 친구는 4개월 만에 90타 언저리까지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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