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010년이 열렸다.
년도 단위가 10단위든 100단위가 바뀌면 뭔가 불안하고 막연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지 벌써 꽤 된 것 같다.
나이 30에서 40에서 다시 50으로 올라서던 때가 그렇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던 때가 그렇다.
한 살 더 먹는 것이 희망도 아니요 즐거움도 아닌 그런 나이가 되어 버렸다.
새해에는 뭘할까? 무슨 희망으로 살까, 무슨 목표를 향해 갈까 하는 등등의 꿈도 접어가야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서글프다.
봉규가 올린 천주산 모습이 떠올라 거기나 한번 가볼까? 무학산이 좋다던데 거기는? 아님 밀양의 일자봉이라도 올라가보나 하는 등의 크게 내키지 않은 생각들을 하다가 집 앞에 있는 감나무밭이 빼곡한 산에 가보기로 했다.
그래도 새해 첫날인데 뭔가 의미 있는 일은 해놓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대략 주섬주섬 챙겨입고 시가지 구경 겸 가다가다보면 저 산 꼭대기에 다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마산서 김해로 이어지는 대로를 가로 질러 구 시가지로 들어섰다.
진영은 밀양보다 더 구시대적인 모습이다.
구시가지의 골목길을 들어서면 허물어져가는 집들이 줄을 서 있고, 부산의 예전 좌천동, 보수동 달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약간은 연탄가스 냄새가 밴 그런 분위기의 집들이 아직 많다.
몇 해 전 밀양이 그랬듯 골목은 어디로 이어질 지 어디서 끝날 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
진영 재래 시장은 캄보디아나 베트남에서 봤던 시장 풍경이 그려질 정도로 난삽했다.
감나무 밭을 통과해서 산에 오른다.
몇 해 전부터 진영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 사람들은 신도시라고 부르는, 예전에 논이었던 넓은 땅에 아파트가 무작정 들어서면서 겉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진 한가운데 있는 성냥갑들이 주도했다. 왼쪽편의 다소 복잡한 모양새가 진영자이이고 가운데 반듯한 큰 통이 코아루, 그 오른쪽에 가장 큰 무데기가 중흥클래스 아파트이다.
그 앞으로 그어진 선이 마산-김해간 국도이다. 구시가지는 사진상 그 길 앞쪽이다.
아파트촌을 좀더 당겨서 보면 다음과 같다(내가 사는 집은 자이 무리들 한가운데).
아파트 뒷쪽 가술 쪽은 아직은 많은 옥답이 있긴 하지만 밀양가는 국도를 좌우로 해서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의 꼭대기에 걸쳐진 동네가 수산이고.
산꼭대기 쪽으로 좀더 올라서 광각으로 잡아본 모습이다.
왼쪽 먼산과 들이 맞붙은 쪽에 주남저수지가 보일 듯 말듯하고, 진영 아파트 단지 사이로 새 우회도로가 닦이고 있다.
창원 진해로 이어지는 저 도로에 진영 사람들은 목을 매고 있다. 도청까지 10분 남짓이면 갈 수 있을거라고...
위 사진의 오른쪽 끝부분에는 아직 입주가 안된 주공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뒤쪽 한림 쪽으로 중소기업들이 제법 들어와 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더 눈을 돌려보면 다음 사진과 같은 풍경이 들어온다.
이곳 로타리클럽 사람들은 새해맞이 행사를 봉화산에서 한 모양이다. 현수막이 알려주고 있었다.
봉화산이 어딘지는 아직 모른다. 짐작컨대 산꼭대기에 하얀 구조물이 있는 저 산이 아닐까 싶다.
그 오른쪽으로 절벽이 있다. 그곳이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 자진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등짝에 배였던 땀기가 식으면서 냉기를 끼얹었다.
가파른 계단에 발을 떨어뜨리면서 관절이 예전만큼 쿠션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문득 받았다.
고혈압이야 암이야 하는 성인병도 걱정해야 하고, 자식들 성가시켜주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 걱정한다고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닐테고...
우리 한 살 더 먹는 이 벽두에 좀더 희망적이고 즐거운 일들을 그려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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