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초부터 업무로 바쁘다.
작년부터 맡았던 취업업무. 작년은 교사생활 근 30년만에 처음으로 학생 취업일이 배당되어 얼떨결에 한 해를 보냈다. 취업이 우리 사회 구조를 제대로 시스템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작년 하반기 무렵에 깨달았다. 되도록이면 취업 쪽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권유했지만 결과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던 한 해였다.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부족했고, 취업과 관련한 시스템도 제대로 파악하거나 정비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다행히 올해도 작년의 일을 맡아서 좀더 시스템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셈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 진학 열풍은 전문계고등학교(실업계 고교를 몇 해 전부터 이렇게 부른다)까지 미쳐서 어떤 전문계 고교는 취업율이 0인 경우도 통계상 나와 있다. 그 학교의 경우는 어쩌면 취업율 0%를 자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20% 내외이다. 도내 학교 중에서는 취업율 상위권에 속한다.
어쨋든 취업을 해야할 처지에 있는 학생들은 그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다.
작년에 고졸 생산직 사원을 뽑지 않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학년 시작 바로 다음날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면서 참석 여부를 폰 문자로 물어왔다. PC를 접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회신을 늦게 했는데 장소인 부산 코모도호텔에 가보니 명단이 없었다.
명단에 없다고 참석하지 말라는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안도감도 주었다.
사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선호하는 취업처가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의 생산직이다. 여학생의 경우 과거 경리직, 사무직이 취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연봉이다.
<코모도 호텔 - 작년인가 지나다보니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처음으로 들어가본 호텔 내부는 중후하면서도 깔끔하였다>
삼성전자 반도사업부의 인사팀장은 회사 소개부터 채용 지원서 작성에까지 2부로 나누어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회사 설명 중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정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의 버즈두바이빌딩을 삼성물산에서 건설했는데 그 비용이 8000억원이란다. 그런데 반도체 라인 하나 설치비가 4조원이라는 사실. 반도체의 한 모델 수명이 길어야 2년인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사업의 시의성, 체산성과 관련한 경쟁은 가히 세계 전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부산역 광장의 분수대가 새 단장을 하고 있었다. 낮에 보이지 않던 조명까지 켜진 상태라 기차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 아이폰으로 찍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