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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컴퓨터

컴퓨터에서 영화도 나오네?

리치리치샘 2010. 4. 3. 12:04

날씨가 추워 바깥 운동(운동이래봐야 동네 한바퀴 도는 것이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근처 시골에 있는 참숯가마 찜질방에 자주 간다.

찜질방에서 한 통에 들어앉은 사람끼리 종종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동네 사람으로 보이는 50대 아주머니에게 아이들 방 책상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었다.

   "책상을 새로 하나 사야겠어요."

   "책상도 없나?"
   "책상은 있는데 컴퓨터 때문에 비좁아서..."
이 때 아주머니는 약간 어깨가 어쓱했다. 이어서

   "아이가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데 아무리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그참 컴퓨터에서 영화도 나오데요?"

상대방 아주머니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극장에서보는 영화가 컴퓨터에서 나온다고? 하는 식이었다.

 

내가 끼어들었다.

  "아주머니, 컴퓨터를 거실에 갖다 놓으시지요. 아이방은 공부하는 곳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거실에 큼직한 테이블 하나 놓고 거기에 TV랑 오디오랑 그런 가전 제품과 나란히 놓아보세요."


아주머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아이 것을 빼앗아 거실에 놓는다? 나는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데...
- 다른 집에도 모두 공부방에 있던데?
- 아이가 EBS 과외도 본다면서 새걸로 사준지 얼마 안되는데...

뭐 대략 이런 이유들인 모양이다. 많이들 듣고 나눈 이야기라서 더 이상의 사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아주머니, 아이가 무슨 영화들을 보는지 아세요? 특히 한밤중에..."

아주머니는 알리가 없다. '자라, 안잔다' 씨름 끝에 이제는 포기했다는 말을 앞서 했기에.

 

컴퓨터를 통해 나오는 것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천사가 나오는가 하면 악마도 수두록하다.

아이에게만 맡겨놓았을 때 모니터에는 천사보다는 악마가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TV나 극장용 영화는 시청 가능 나이 등급이 정해져 있지만 컴퓨터 영화는 그것이 없다.
그것을 수집하는 경로는 대부분 불법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거의 절반이 컴퓨터 중독증에 걸려있다는 조사가 얼마 전에 나왔다.

무엇이 아이들을 컴퓨터 앞으로 끌고 가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른들이 심야에 공부방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알지 못하면 절대로 알지 못한다.

더구나 아이들의 범법 행위를 부모가 방치하는 꼴이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전혀 엉뚱한 심성과 행동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깜짝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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